전국 화장 수요에 비해 화장로가 부족하지 않음에도 서울이나 경기 등 일부 인구밀집지역은 화장장 부족을 심각하게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족들은 화장장을 예약하지 못하고, 4일장을 치르거나 혹은 원정화장을 떠나 최대 10배에 가까운 화장비를 물기도 하는 등 부작용이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보건복지부(장관 박능후)에 따르면 2017년 10월 현재 전국에서 운영되고 있는 화장시설은 총 59개소이며,화장로는 총 346개이다.
연간 최대 화장능력은 30만 6,720건으로, 2016년 사망자(28만 827명) 중 화장한 사망자(23만 2,128명)를 감안할 때 국내 화장시설은 부족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는 통계의 오류다.
단순 산술적인 비교로는 화장능력이 사망자 수를 넘어서지만 문제는 사망자가 특정시기에 몰린다는 것이다.
천수를 다해 숨지는 계층은 주로 노년층인데 노년층 사망자는 주로 겨울에 많이 발생한다. 한파가 몰아치고 일교차가 커지면 추위에 약한 노년층 사망자가 급증한다. 순식간에 늘어나는 노년층 사망자를 화장장에서 소화하기가 버겁다.
인구밀집지역인 서울과 경기의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벽제화장장, 서울승화원 전경
서울은 화장장이 단 두곳에 불과하다. 16일 서울시설공단이 운영하는 화장시설 승화원과 서울추모공원은 최근 3개월간 화장시설 이용 예약이 모두 찼다.
이역시 겨울에 고령 사망자들이 많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일부 유족들은 화장장 대기 관계로 3일장이 아닌 4일장이나 5일장까지 치러야 하는 사태가 발생하고 있다.
사정상 4일장이나 5일장을 치르기 힘든 유족들은 원정화장을 떠나기도 한다. 하지만 해당 지자체 주민이 아닌 경우 주민 이용료보다 최대 8배까지 많은 금액이 책정돼 있다. 승화원과 서울추모공원의 화장료는 관내 주민이 12만원, 관외 주민은 100만원에 이른다. 이 같은 사정은 인천이나 성남 등 인근 지자체도 마찬가지다.
이 때문에 하루 속히 수도권에 화장시설을 늘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하지만 자신이 거주하는 지역에 화장장 설치를 반대하는 주민들이 많아 화장장 건립은 여의치 않다.
경기 서남부권의 화장 수요를 처리하기 위해 진행중인 화성 광역화장장 또한 일부 지역주민의 반대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난 9일 경기 수원시 칠보산 화장장 건립저지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는 채인석 화성시장을 검찰에 고발했다.
이들은 채 시장이 화장장 건립과 관련해 환경부 환경영향평가가 늦어지자 ‘함백산메모리얼파크의 조속한 건립을 위한 한강유역환경청 협의 촉구서’라는 제목의 전단지와 서명지를 화성, 시흥 등 5개 지자체 읍면동 사무소와 다중이용시설 등에 비치하고 주민들 서명을 받았다면서 이 문서는 화장장 이용요금 피해를 부풀리고 주민을 현혹시키는 내용을 담고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화성 광역화장장(함백산메모리얼파크)는 사업자 선정 등 착공을 위한 대부분의 절차를 완료하고, 한강유역환경청 협의만 남겨둔 상태이다.
전문가들은 지역사회와 지자체가 머리를 맡대고 의논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한 장례업계 관계자는 “화장장 부족 문제는 우리 모두의 문제라는 인식에서 출발해야 문제의 실마리가 풀릴 수 있다”고 말했다. |